10704년 11월 17일

친애하는 파엔타,

지난 편지는 잘 읽어보았습니다. 나를 인류 대표로 삼는다고 하면 일부 인류 집단의 표정이 어떨지 볼 만하겠습니다. 나는 남반구에서 왔고 남반구 출신이 지구인을 대표한다는 발상은 아직도 북반구의 어떤 이들에게는 적절치 않으니 말입니다. 당신은 어떤 의미에서 나르졸레를 대표하기에 일반적이지 않은 것인지 궁금해지는데… 꼭 대답할 필요는 없소.

여하간 의도한 일은 아니니 서신이 지나치게 사무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다만 내가 최선을 다해도 누군가에게 살가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 일이 드물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싶습니다.

불면에 대한 이야기도 잘 들었습니다. 앞뒤 사정은 모르지만 치료법은 아주 명백해 보입니다. 행성으로 돌아가야겠군요. (농담입니다.) 지금 우리는 우주를 항해하는 선체에 있고, 또 당신은 지구인과 다른 신체구조를 가졌을 테니 내가 가족에게 배운 것을 그대로 전하기는 어렵겠지만, 질문을 받았으니 이야기나 해볼까 합니다. 나르졸레에도 차 문화가 있습니까? 식용 식물이나 곡물을 끓여 향이 우러나게 마시는 것 말이오. 내 고향은 지구에서 유명한 차 생산국입니다. 그 역사를 설명하자면 윗 문단에 적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데 긴 이야기일 것 같으니 생략하겠소. 좌우간 우리 방글라데시인들은 차를 즐겨 마시는 문화에서 살아서, 손님이 왔을 때 차를 내오지 않는 것을 죄악으로 여길 정도입니다. 조상들이 그런 모습을 본다면 대단히 분개해서 후손 자격을 빼앗을 거라고들 합니다. 내 집에는 늘 차가 있었습니다. 고향에 있을 때에도, 다른 나라로 떠나갔을 때에도 매일같이 따뜻한 차를 마셨고, 그건 잠이 오지 않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지. 나는 레몬 차를 제일 좋아합니다.

맙소사. 이게 당신과의 교신이라는 걸 잊고 레몬 차에 대해 말하려다가 문득 차에 대한 편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소. 고향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말이 점점 길어지곤 합니다. 고향 집에서 차가 끓던 그 향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군. 하지만 이런 이야기로 당신을 괴롭히는 일은 이만 그만둬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걸 설명하는 것을 잊었는데, 방글라데시는 내 고향의 지명입니다.

실은 나도 요즘 좀처럼 깊게, 오래 잠들지 못합니다. 고향 생각에 잠 못 이룰 시기는 진작에 지났소만, 여차저차 일이 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같고 말입니다. 나히 식의 해결법이 있다면 나야말로 알고 싶습니다.

소설에 대해서는… 그래, 내가 당신에게 해명해야 할 것 같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언젠가 설명하겠습니다. 신의를 배반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글을 구하면 편지를 쓰겠소.

답신을 기다리겠습니다.

밤이 오기를,

바타차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