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04년 12월 2일
친애하는 파엔타,
물론 문명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직접 행성에 가보지 않은 우리들에게도 놀라운 일입니다. 모두가 이야기하는 통에 모르고 있을 수가 없었지. 당신에게 기쁜 소식이 된 것 같다는 사실도 알겠소. 그런데 당신이 말하는 영혼이란 나히들이 떠올리는 하나의 거대한 영혼을 말하는 겁니까? 나히들은 기디움과도 영혼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리라는 건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니면 더 일반적인 생물의 마음이나 혼을 가리키는 겁니까? 어느 쪽이든 당신의 동기는 흥미로우니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명을 더 해 주면 좋겠습니다.
기디움을 빨리, 많이 캐는 건 내 알 바도 아니어서, 당신과 함께 이 너그럽고도 관대한 연방법에 감사해야겠소.
나는 기디움에는 관심이 없지만 지구를 떠나고 싶어서 우주에 왔습니다.
지구에서는 우주에 나가서 일하고 싶어하는 인류는 둘 중 하나인 것으로 취급받습니다. 꿈과 소망이 있거나 그저 보상을 원하거나. 나는 내가 전자도 후자도 아니라는 걸 압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무엇도 전과 같지 않을 테니 실망할 것을 알고, 정착해 살던 곳에서 삶을 지속하는 것도 매우 힘겨운 일이었소. 그래서 이쪽에도 저쪽에도 있고 싶지 않아 도망친 겁니다.
다시 한 번 쓰건대 나는 당신이 미치광이라고 느끼지 않소. 환심을 사려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내가 받은 편지들 어디에도 미치광이가 썼다고 판별할 구석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나는 연방 소속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승무원으로서 연방의 우주관과 규율을 공유하기 때문에,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개념에 민감하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겠지. 그럼에도 애초에 나는 미치광이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누가 당신을 미치광이라고 부른다면 그자를 세워두고 온갖 힐난을 해주도록 하겠습니다. 이 또한 당신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미치광이들을 위한 미치광이 심리상담사로서, 그저 들어넘길 수 없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실은 졸면서 쓰고 있어서 내가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군요… 당신이야말로 내가 미치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소. 요즘은 정말로 잠을 잘 못 자서… 하지만 내일이라고 다를 것 같지도 않으니 그냥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불면 동지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레몬 차 비슷한 역할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는 면에서도 그렇고,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면에서도 그렇소. 여기서 말하는 레몬 차란 연방 식당에서 주는 레몬 차는 아닙니다. 그 레몬물은 내게 아주 나쁘지는 않았지만 지구의 고향에서 마시던 차와는 절대 비교할 수 없을 것이오. 연방 식당에서 다섯 차례—혹은 세 차례에 걸쳐 나오는 식사를 대접하지 않는다는 것도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신의를 아름답게 배반한다는 소설은 내가 평소에 즐겨읽는 것이 아니라, 조사를 좀 해보았습니다. 나와 같은 행성에서 온 동료들에게 묻기도 했소.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선이라는 것이 죄다 북반구의 어떤 인류 집단 손에서 나온 것들이더군. 인류가 늘 그렇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것들은 당신이 먼저 요청하지 않는 한 내가 추천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그리고 이것은 작품성에 대한 판단이 아니오). 조금 더 알아보겠소.
마음을 담아,
바타차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