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04년 11월 5일
파엔타 솔 님께.
바쁜 와중에 인사를 보내주어 고맙습니다. 가장 먼저 부딪힌 곳은 괜찮은지 묻겠소. 나와 같은 행성에서 온 일 중독자들이 부주의했다는 것에 대신 사과해야 할 것만 같은 책임감이 듭니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나아졌기를 바라겠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뭔갈 잘 몰라 무례한 말을 한다면 기꺼이 배울 테니 관대하게 정정해주기 바랍니다.
나는 이곳에서 다양한 행성에서 온 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습니다. 그러는 중에 나도 누군가의 머리를 팔꿈치로 쳤을지 모르겠소… 당신이 말한 그 인간종들처럼 나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이삼십 년간 온갖 새로운 것들을 보며 지내왔더니 이제 놀라기조차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신 상대가 아니었더라도 당신을 나의 내담자로 만났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상담사로서 당신과 만날 수 없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당신을 위해서입니다. 물론 업무의 일환이기는 하지만 정기적으로 일상과 생각을 교환하는 것 또한 사적 관계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생각하오. 상담사는 내담자와 사적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되고 말입니다.
혹시라도 상담이 필요하다면 당신이 다른 방법으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요청하겠습니다. 당신에게 고민이 생긴다면 직업인으로서가 아닌 개인으로서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겠소. 나는 듣는 것도 잘하는 편입니다.
추신에 대한 답을 적겠습니다. 첫 편지를 쓰기 전에 나히의 문화에 대해 조금 읽은 기억이 납니다. 물론 나히의 문화에서 어떤 글을 주로 쓰고 읽는지는 잘 몰랐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연애 소설을 구해드리기는 상당히 난감한데… 그러니까… 내 계정을 통해 발송되기는 했으나 내가 쓴 것이 아니고… 애당초 누가 쓴 것인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흥미로운 것이 생각난다면 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내용들에 특히 관심이 있는지 알려주시오.
마음을 담아,
바타차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