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04년 12월 25일

파엔타, 메리 크리스마스.

나르졸레인들이 우리의 성탄일을 기념하지 않으리라는 건 압니다만 내게 맞추어 해준 인사를 받았으니 당신에게도 마주 해야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을 담아’와 같은 의미로 말이오.

실종자 수색에 진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동료들일 텐데. 상담 지원이 필요하면 이전에 말했듯 내가 아닌 다른 상담사를 적극 알아볼 수 있으니 말해주시오.

그리고 또, 무슨 말부터 적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평소처럼 잠을 설쳤습니다.

오늘은 제발 적절하고 품위 있는 수면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미 쿨쿨 잘 잔 당신 말고 내가요.

당신이 돌아왔으니 이렇게까지 별로 성가시지도 않은 가볍고 간단한 편지 교환 같은 짓은 다음 프로젝트에도 꼭 다시 했으면 한다고 건의하겠습니다. 익명이 보장될 수 있다면 말이지요. 감사하게도 보장되지 않을 테지만.

정말로 말투를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사과를 해놓고서 또 이렇게 썼군… 하지만 그냥 두겠습니다. 반쯤은 사실이니까. 나는 이곳에 있으니 영혼에 대한 꿈은 꾸지 않았지만, 당신네가 열쇠고리 대신 가져온 꿈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내가 아는 괴짜 나히의 반응도 대략 짐작이 되었소. 당신이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지구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나는 둘 사이에 분명히 연관성이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아마도 과학으로 사로잡으려면 제법 고생스러울 겁니다. 아니면 과학으로부터 자꾸 미끄러지는 것의 과학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그게 당신이 좋아하는 것 아니오.

오늘은 우리 인간들이 바보 같은 빨간 모자를 쓰고 바보 같은 종소리를 들으면서 바보 같은 장식이 올라간 케이크를 유일하게 바보 같지 않은 것인 주위 사람들과 함께 먹는 날입니다.

식당에서 같은 행성 출신 승무원들이 간식을 나눠 먹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적당히 어울렸을지 모르는데 오늘은 계속 앉길 권하는 것을 사양하고 과자나 조금 받아 왔습니다. 레몬 차는 아닙니다. 이제 이 단어에 질려서 한동안 안 마실 생각이오. 쉬면서 이상한 영화나 한 편 볼까 합니다.

먼 곳에 다녀오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마음을 담아,